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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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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횡행하는 무자격 가스시공 |
[긴급점검] 횡행하는 무자격 가스시공
“무자격업자 각종 공사입찰서 오히려 유리”
가스시공업계 구조적 모순 심각…적격업체들 ‘분통’
한상열 syhan@gasnews.com
▲ 광명 성애병원에 설치된 의료용산소 저장탱크. 이 시설도 전문건설업
등록증이 없는 무자격자가 시공을 맡고 등록증은 산업용가스메이커가 대
여한 불법시공이다.
가스안전공사 완성검사 때 등록증 받지만 진위여부 확인 안 해
“시공업체 대표자가 발행하는 시공확인서 제출받으면 해소될 것”
“억울합니다. 무자격자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굶어죽게 생겼어요. 요
즘 가스시설시공업계에는 ‘법은 있는데 이를 감독하고 처벌하는 경찰이
나 검찰이 없는, 그야말로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격’입니다. 가스시설
시공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대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전문건설업등록
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공사입찰 및 공사계약
을 할 때 무자격업체들이 단가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업
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수도권의 한 가스시설시공업자의 푸념이다. 그는 “법이 있으면 뭐합니
까.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 없는데….”하며 국내 가스시공업계의 현실
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자격 갖춘 업체들 단가경쟁서 밀려
경기남부지역에서 전문건설업등록증(가스시설시공업제1종)을 받은 한 시
공사업자에게 지난해 말 가스안전공사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날아왔
다. 내용인 즉 “혹시 군포의 ○○횟집의 LPG공급시설을 시공하지 않았
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 시공업자는 그 횟집의 가스시설공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
다. 어떤 무자격사업자가 불법시공을 하고 이 시공업체의 등록증을 무
단 복사해 안전공사 완성검사 시 제출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문건설업등
록증 무단 도용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이처럼 국내 가스시설시공업계는 요즘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다. 무자
격시공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
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젯거리다.
저장탱크, 가스배관 등의 가스공급시설 시공을 한 후 완성검사를 하는
가스안전공사는 시공관리자 입회 하에 전문건설업등록증, 시공관리자 자
격증 등 제출서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공업체와 제출서류상의
시공업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 안전공사 측의
설명이다.
아무 등록증 복사해 제출하면 통과
이에 자격을 갖춘 시공사업자들은 하나같이 “가스안전공사 직원이 제출
서류를 받는다는 것은 확인할 의무도 있는 것 아니냐”며 “확인할 권한
이 없다고 한다면 왜 검사수수료를 받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사실 가스공급시설 무자격시공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가스, LPG,
고압가스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 충북 청주시의 한 반도체제조업체에 설치된 산업용가스공급시설.
지난 2007년 대전에서는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증 대여로 인해 이 지역 도
시가스시공업자들이 대전지검으로부터 무더기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LPG분야에서는 요즘 일부 통합업소를 향한 무자격시공이 거론되고 있
다. LPG통합업소는 LPG판매에 한해 통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통합
업소는 하나의 전문건설업등록증을 통합업소 내 모든 판매사업자가 사용
하고 있다. 이는 엄연히 편법시공 내지는 불법시공이라는 견해가 많다.
진공배관 등 고도기술을 요구하는 고압가스시설시공의 경우 더욱 심각하
다. 심지어 일부 산업용가스메이커가 등록증을 무단으로 대여해 더욱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성애병원의 의료용산소 저장탱
크 및 가스배관 설치공사도 산업용가스메이커가 무자격시공업자에 등록
증을 대여한 형태다.
이같은 불법시공은 자격자 및 무자격자가 한통속이 되어 자행하고 있으
며 이들 대부분은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에게 공사를 주는
전관예우 차원이며 자격업체는 가스공급을 위해 등록증을 빌려주고 무자
격업체는 공사를 받아 시공으로 매출을 올리는 형태다.
고압가스시공업계 일각에서는 “저장탱크설치공사 시 산업용가스메이커
들이 가스공급에 목적을 두고 등록증을 대여해 주고 있다”며 “합리적
으로 경영한다던 다국적기업의 산업용가스메이커가 어떻게 불법·편법
을 자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인의무 없다면 왜 수수료 받나
자격을 갖춘 한 시공사업자는 “경쟁입찰에서 무자격자에 밀려 가스시공
을 따낼 수 없을뿐더러 가령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단가가 너무 낮아 공
사를 해 봐야 남는 것이 없다”며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등록증을
빌려주는 게 오히려 낫다”고 하는 등 건설산업기본법의 무용론을 제기
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또 일부 초저온저장탱크 제조업체들의 경우 자사의 제품 즉, 저장탱크
를 판매하기 위해 특정설비 제조허가증을 빌려주기도 한다는 얘기가 시
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관련 별표3에 가스시설시공업 시설
·장비 및 업무범위가 정확히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자격자나 가
스시설시공업 제2종 및 제3종을 등록한 사업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
스시설시공업제1종의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1종 가스시공업으로 등록하려면 △가스관련 자격증 소지
자 2인 이상 △경력 5년 이상인 자로 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하는 양성교육
을 이수한 자 1인 이상 △자본금 2억원 이상 △전문건설공제조합에 예치
하는 5000만원 내외의 보증금 △사무실 면적 20㎡ 이상 △각종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2종은 △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하는 양성
교육을 이수한 자 1인 이상 △사무실 면적 12㎡ 이상 △몇몇 시험설비
만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이처럼 1종 가스시공업을 하기 위해선 등록절차 및 투자비가 많이 든
다. 이 같은 점 때문에 1종 가스시공업자보다 인력 및 투자비가 적게 드
는 2종 가스시공업자들은 공사입찰 시 단가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
게 된다. 1종 가스시공업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다.
2종 가스시공업자가 1종 시공업의 업무를 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
다. 1종 시공업자들은 생판 무자격자가 더 많다고 주장하고 “무자격자
들은 가스시공업 등록을 위해 투자한 것이 없으므로 보다 낮은 가격으
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며 가스시공업 등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
다.
1종 시공업자들은 “공사비를 저렴한 가격으로 발주하기 위해 일부 산업
용가스충전소 및 판매사업자들이 무자격자에 공사를 맡기는 것도 큰 문
제”라고 설명하고 “낮은 가격으로 발주하면 배관, 밸브 등 가스관련
기자재도 고품질의 제품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
다.
적격업체들 직접시공이 바람직
현재 가스시공업은 국토해양부 소관의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해당 지자
체에 등록하고 가스시공 확인업무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가스안전공사
에서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시공업계 관계자들은 무자격자가 가스시설시공을 하더라도 서
류만 충족시키면 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에서 무사통과할 수 있기 때문
에 보다 철저한 확인절차가 필요하며 적발 시 행정처분도 강화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스시설시공업을 하는 한 사업자는 “가스시설의 완성검사
를 할 때마다 원본대조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시공업체 대표자가 3일 이
내에 발행한 ‘시공확인서’를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이러
한 시공확인서는 가스안전과 관련해서도 책임성이 부여되므로 무단으로
발행할 수 없을뿐더러 시공의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스시공의 품질은 가스안전과 직결되므로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직접
시공해야 함은 당연하다. 가스기구 및 기기는 규격화된 생산라인을 통
해 생산되므로 품질관리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가스시공은 기초지식 및
기술이 부족한 사업자가 시행할 경우 가스안전에 대한 허점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입찰로 인해 저가로 낙찰 받아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해야 하
기 때문에 하청에 하청을 주는 것이 현실이고 이로 인해 시공의 품질도
떨어지는 등 국내 가스시공업계는 그야말로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압가스는 다양한 특성의 가스와 높은 압력이 작용하므로 부적절한 설
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가스시공의 중요성
은 매우 크다. 가스시공업 등록제도가 궁극적으로 가스안전을 위한 것이
라면 이를 확인하는 절차도 철저하게 이뤄져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
려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9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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